계룡시는 사시사철 모습을 달리하는 수려한 경관으로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계룡산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지역이다. 시의 이름과 산의 이름이 같다 보니 계룡산을 향한 계룡 사람들의 애착도 강한데, 차령산맥의 연봉인 이 계룡산의 이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예로부터 명산으로 알려져 있던 계룡산은 무속신앙과 깊은 연관을 맺어 왔을 정도로 신비로운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의 유명한 승려 무학 대사는 이 산을 두고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그리고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이라 일렀다 한다. 뾰족한 봉우리와 길게 이어진 산세가 마치 닭의 벼슬을 쓰고 승천하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계룡(鷄龍)이다.
계(鷄)와 룡(龍)의 뜨거운 만남
이제 계룡시의 특별한 별미인 한방 백숙을 소개하는데 왜 계룡산의 이야기가 필요한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예로부터 계룡시의 사람들은 가금류를 많이 길러왔다. 지역 명에 ‘닭’이 들어가 있으니 필연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이 가금류들은 계룡산 어귀를 누비며 청정한 자연을 한껏 만끽했으니, 육질이 쫄깃하고 탄력 있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이에 몇몇 음식점들이 계룡산 기슭에서 닭요리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해 계룡산을 찾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명불허전이라 하였으니, 이 닭요리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계룡시의 한방 백숙이 탄생했다.
계룡시에서 먹을 수 있는 백숙에는 황기와 오가피, 인삼, 녹두, 찹쌀, 느릅나무, 잣, 대추 등의 각종 한약재들이 포함된다. 백숙에 사용되는 한약재만 봐도 영양이 뛰어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계룡시에서 맛 볼 수 있는 한방 백숙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알찬 약재들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 백숙은 종종 보약에 비유되기도 한다. 계룡산의 산세를 바라보며 맛도 그만, 영양도 그만인 한방 백숙 한 그릇을 진득이 즐기다 보면, 어느새 용의 기운이 솟아나는 듯 온몸에 열이 오를 것이다. 그야말로 계(鷄)와 룡(龍)이 만나는 순간이니, 말장난인가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계룡시의 한방 백숙은 주문한다고 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약 한 시간 정도의 긴 기다림 끝에야 팔팔 끓는 백숙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성급히 화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약재를 국물에 완전히 우려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의 허기를 채워줄 향긋한 산나물 반찬들도 준비된다. 여유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방법도 있다.
계룡산 특제 한방 백숙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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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시에서는 한방 백숙의 재료로 닭뿐만 아니라 오리도 자주 쓰인다. 황기와 엄나무 등의 한약재가 들어간 계룡산 한방 오리 백숙은 오리 특유의 잡냄새가 나지 않을뿐더러, 닭백숙보다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 인기가 좋다.
자연에서 자라난 오리의 살코기는 오랜 시간을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스러지지 않는다. 가위질이 어려울 정도로 탄탄한 오리 살에서는 약재가 고루 스며들어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난다. 두툼하면서도 쫄깃하니 씹는 맛도 그만이어서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양의 오리 백숙이 순식간에 동이 난다.
백숙을 모두 먹었다면 이제 죽을 먹을 차례이다. 계룡산 토종오리와 온갖 한약재를 고아 만든 국물에 대추와 은행, 호박씨 등의 각종 견과류가 들어간 찹쌀밥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약간의 점성이 생길 때 까지 끓여주면 한방 오리 백숙을 마무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인 죽이 완성된다. 이미 오리를 충분히 먹었다지만 눈앞에 놓인 죽은 끊임없이 식욕을 자극한다.
계룡시 한방백숙으로 진정한 보양식 슬로푸드의 진수를 맛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9년 01월 26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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